영화 '혈의누'는 19세기판 추리 스릴러물입니다.
이인직의 작품으로 최초의 신소설인 '혈의 누'는 시대와 배경, 내용도 모두 다른 별개의 작품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1808년의 조선시대로, 영화 속 풍경은 개화기 시대를 그대로 표현해 내고 있습니다.
외딴 섬에 살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서민들 사이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그 사건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풀어나가면서 과학수사를 진행하는 수사관과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 설킨 관계를 보여줍니다.
또한 이 영화에서는 조선시대의 다섯가지 형벌제도인 '태장도유사'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형벌이 어떤 모습으로 집행되는지, 무원록(조선시대 법의학서)을 바탕으로 시형도를 그리는가 하면, 사인파악, 시체 검시장면, 각종 서적등을 통한 증거수집 등과 같은 과학수사를 진행하는 모습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영화 '혈의누'는 김대승 감독이 연출하였고, 차승원(이원규 역), 박용우(김인권 역), 지성(두호 역), 윤세아(강소연 역), 최종원(최차사 역), 박철민(조달령 역), 유해진(독기 역) 등이 출연하였습니다.
영화 리뷰를 위해 줄거리는 시간 순서대로 정리되어 영화 진행 순서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1801년 조선 후기, 강승률(천호진)이라는 객주가 김치성 대감(오현경)으로 땅을 받아서 동화도라는 외딴섬에 제지소를 세웁니다.
강 객주는 다른 사람에게 돈도 빌려주고 기술을 가르치기도 하는 등의 좋은 활동들을 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어렸을 때 고아가 된 두호를 키워주고, 글과 그림을 가르치면서, 신분 차별없는 세상에 대해 가르쳤습니다.
강 객주는 어느 날 바닷가에서 죽을 뻔한 객주의 딸인 소연을 구해준 두호를 오해하게 되어 감금합니다.
그 당시 당파싸움으로 인해 객주와 연루되어 있는 조정의 인물들이 죽음을 당하게 되면서, 섬에 대한 조사도 시작됩니다.
섬이 혼란스러운 상황이 되자 조사를 묻어버리기 위해, 두호를 주축으로 이루어진 일파가 섬마을을 대표로하여, 객주를 천주교 인으로 발고합니다.
토포사로 섬에 파견된 이지성 대감(최동준)은 객주의 가족들을 다섯가지 형벌을 적용하여 죽입니다.
육장(끓는 물에 넣는 형벌)에 처하게된 객주의 딸 소연은, 김치성 대감의 아들 인권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섬을 탈출하고, 1년에 한 번씩 섬에 들어와 연인인 인권을 만나고 가족들의 제사를 지냅니다.
7년의 시간이 흐른 1808년 어느날, 인권과 소연이 함께 있는 모습을 두호가 봅니다.
두호는 그의 일파에게 이 사실을 알리게 되고, 그들 일행은 소연을 총으로 쏴 죽입니다.
소연은 머리에 총을 맞아 절벽에서 떨어져 바다로 빠져버립니다.
바다에 대한 극심한 공포가 있는 인권은 그런 소연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비록 그는 소연의 죽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지만, 발고자들에 대한 복수를 결심하게 됩니다.
어느날 닷새에 걸쳐, 객주 일가가 몰살 당한 조선시대 다섯가지 형벌로 발고자들이 살해당합니다.
이 사건을 수사하러 온 수사관이면서, 7년전 객주일가를 처형한 이지성 대감의 아들 원규가 섬으로 옵니다.
원규는 당시로 말하면 과학수사의 기법을 적용하여 수사를 시작해 나갑니다.
그는 범인이 섬을 나가지 못하고 배에 불을 질러 발고자들을 불러들인점, 같이 섬을 탈출하기 위해 소연이 마비산을 갖고 있었던 점, 그녀의 연인이라는 점을 증거로 인권을 범인으로 지목하게 됩니다.
그리고 두호가 자신의 전 주인의 원혼을 두려워하여 초상화 뒤에 부적을 붙인 것을 보고, 그가 발고자임을 알게 됩니다.
인권은 두호를 강 객주가 당했던 능지처참으로 죽이려고 합니다.
인권은 원규와 만나서 그의 아버지가 저지른 일들을 비난하지만, 원규는 이를 무마시키기 위해 인권을 쏴버립니다.
두호는 살아서 나오지만, 마을 사람들은 강 객주의 원혼을 두려워하여 두호를 난자하여 죽여버립니다.
그러자 쏟아지던 빗물이 갑자기 혈우가 되어 내립니다.
소연이 가지고 있던 사건의 물증이 될 수 있었던 직금도를 원규가 바다에 흘러보내고, 원규는 섬을 떠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를 통해 차승원이 가지고 있는 코믹한 이미지를 벗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학적으로 수사를 하는 장면도 볼 거리였고, 당시의 형벌 집행이 어떤식으로 이루어졌는지도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 형벌 집행이 살인의 방법으로 진행되었지만 말입니다)
좀 잔인한 장면도 포함된 관계로, 잔인한 영화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좀 피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짜임새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있어서 저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상 소개를 마치겠습니다.